작가노트
내가 그리는 것은 수많은 사람, 가까운 사람, 먼 사람, 한 사람이다.
우리는 홀로 존재하면서도 같이 존재하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그저 감각으로만 존재한다.
같은 곳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며 쉼 없이 연결되고 단절됨을 반복한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사이 틈틈이 보이는 구멍들로 인해 공허하다.
하지만 그 공허함 이면에는 자유가 함께 존재한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연결을 원하면서도 단절을 위한 자신만의 밀실로 들어간다.
나 자신을 위한 밀실에서 어떤 날은 가만히 무언가, 누군가를 생각해 보고,
어떤 날은 타인의 생각을 담은 책, 타인의 음성으로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가사를 읽어본다.
완벽한 나이면서도 타인과 연결이 되는 순간이며, 나의 소중한 밀실에 타인을 초대해 보는 나의 능동적인 행동이다.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공간에서의 나는 그 어느때보다 타인과 느슨하고 깊게 연결된다.
우리의 관계는 마치 빛이나 바람과 같은 자연의 흐름을 닮아 있다.
때로는 강렬하게 서로를 감싸며 깊이 닿고, 오랜 시간 동안 그 존재를 확인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흐릿하고 약하게 스쳐 지나가거나, 아예 닿지 않는 순간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 속에 놓여 있는 상태로, 언제든 새로운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는 관계이다.
이렇게 나와 타인은 서로에게 완벽히 가까워질 수 없고 완벽히 멀어질 수 없다.
완벽한 연결과 완벽한 단절은 없다.
동시대의 사람들은 같은 빛과 공기와 시간을 공유하면서 끝없이 연결되고 단절되는 사이이지만,
수많은 관계 속 공허함은 슬픈 것이 아닌,
비어있는 자리로 인해 가능성이 있는 자유로운 관계임을 편하게 받아들여본다.
공허함과 자유는 반대의 지점이 아닌 같은 공기 속 함께 부유하는 것임을.
Art statement
나의 작업은 사람과 사람, 감정과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자유를 탐구하는 여정이다.
나는 우리가 홀로 존재하면서도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고 단절되는 모습을 그린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자유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이 복잡한 감정의 교차점을 포착하기 위해 장지에 혼합재료를 사용한다.
장지 위에 안채, 잉크 등 다양한 재료가 스며들며,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얽히고 결합되는 순간을 담고자 한다.
물질이 스며들고 엉키는 과정은 관계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고 합해지는 방식을 상징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종종 여백과 빈 공간을 뒤로 하고 있다.
이 여백은 단순한 비어 있음이 아니라, 관계의 중간 지점에 존재하는 미묘한 공허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자유와 가능성을 표현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마치 빛과 바람처럼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완전히 닿지 않게 나타나는데,
고정되지 않고 흐르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 속에 놓여 있다.
완벽한 연결도, 완벽한 단절도 존재할 수 없는 불완전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관계들 속에서,
빈 공간은 오히려 자유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고 믿는다.
이런 관계와 그 안에서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의 작업의 핵심이다.
작업은 물리적 고립 속에서도 타인과의 연결을 느끼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고립된 공간에서 나는 가끔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다른 날에는 타인의 목소리나 글을 통해 감정의 울림을 느낀다.
이런 감정의 파동은 작품에 녹아들어, 고립된 상태에서도 우리는 타인과 느슨하지만 깊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경험은 개인적인 내면의 탐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서로 얽히고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더 큰 질문을 던진다.
감정의 흐름, 인간 관계의 복잡성,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자유와 가능성은 결국,
서로 다른 개인들이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작업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격차와 빈 공간을 다루고 각기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감정의 이해를 시도하며,
우리가 느끼는 공허함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변화가 숨어 있는지를 탐색하려 한다.